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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직썰 노승욱 대표가 알려주는 외식업 트렌드
레트로로 떠오르는
예산시장 💫
| ✅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예산시장을 소개해드려요 ✅ 레트로 컨셉으로 떠오른 예산시장의 성공 노하우를 알려드려요 ✅ 지역 정체성을 살려 관광지로 거듭난 일본 쇼와노마치의 사례를 알려드려요 |
"내가 여기서 50년 장사했어. 90년대까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지.
대형마트 생기고 침체되고 인구도 계속 줄었어.
이렇게 사람 많이 오는 건 20~30년 만에 처음이야." -건어물 가게 사장님
"전에는 장날에나 사람 구경했지. 요즘은 매일 북적북적해." -잔치국숫집 사장님

지난 2월 1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1시간 30분 달려 도착한 예산역. 평일 오후임에도 긴 셀카봉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속속 눈에 띕니다. 역전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모습에서 핫플레이스임을 실감합니다. 택시를 타고 7분쯤 가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예산상설시장이 나옵니다. 방사형으로 넓게 퍼진 허름한 2층 건물 앞에 호떡, 과일, 채소를 파는 노점상이 늘어선, 예의 시골장터와 같은 모습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딴 세상이 펼쳐집니다. 입구에선 1970~1980년대 감성의 '버스승강장 포토존'이 맞이합니다. 어둑한 시장 속 백열등 핀조명을 설치, 누가 찍어도 감성 사진이 잘 나오게 생겼습니다. 미로처럼 뻗은 골목길에는 인스타그램에서나 볼법한 세련된 뉴트로 감성 가게들이 늘어섰습니다. 더본코리아 '새마을식당'과 비슷한 감성의 커피전문점, 닭볶음집, 국숫집에서 백종원 대표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골목길을 지나면 드디어 '먹거리 장옥(長屋, 거리 양쪽에 줄지어 세운 상점)'. 825㎡(약 250평)에 달하는 넓은 광장에는 푸드 코트처럼 50여 개 테이블이 포장도 안 된 땅바닥에 주욱 깔려있습니다. 주위로 둘러선 정육점, 중국집, 건어물, 슈퍼, 칼국숫집 등에서 음식을 사와 시골장터에 온듯 가운데서 다 같이 나눠 먹는 구조입니다. 젊은 커플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 셀카봉을 들고 라이브 방송 중인 유튜버까지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 수백 명으로 북적입니다.

인파로 북적이는 예산시장 모습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은 문턱이 닳도록 붐빕니다. 중국집, 칼국숫집 등은 오후 2시인데도 벌써 "재료가 소진됐다"며 문을 닫았더군요. 치킨집은 월드컵 경기일도 아닌데 "한 시간치 주문이 밀렸다"며 손사레를 칠 정도입니다. 인파는 장옥을 넘어 시장 건너편까지 흘러듭니다. 예산시장 맞은편 한 잔치국숫집 사장은 "여기서 9년 동안 장사 했는데 이렇게 사람 많이 오는 건 처음이다. 장옥의 가게들이 손님을 다 못 받으니 우리 가게까지 와서 먹는다"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레트로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쇼와노마치 (출처 : 일본관광신문)
백종원 대표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추억을 자극하는 '뉴트로' 콘셉트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2000년께 일본 오이타현 분고타카다시의 그것과 닮아있습니다. 분고타카다시는 인근 철도역 상권이 쇠퇴해 지역 주민 발길이 뜸해지자 시장을 통째로 20세기 초중반 풍경으로 리모델링해 관광지 상권으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입니다. 시장 이름도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재위한 일왕의 이름을 따 '쇼와노마치(쇼와 시대의 거리)'로 짓고, 1950~1980년대에 쓰던 각종 생활용품과 빛바랜 영화 포스터 등을 진열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2001년 2만 5000명에 불과했던 관광객 수는 이듬해 8만 명, 2003년에는 20만 명으로 불과 2년 만에 8배 급증했습니다. 일본의 전성기이자 자신의 청춘 시절을 회상케 함으로써 전국에서 중장년 관광객을 불러 모았죠. 이후 영화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며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방문,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매년 30만~4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예산시장도 일주일 만에 방문객이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인데요. 단, 예산시장이 쇼와노마치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사업의 핵심 주체가 지자체나 상인회가 아닌, 성공한 사업가인 백종원 대표라는 것입니다. 백 대표는 지난해 공실로 방치됐던 상가를 더본코리아를 통해 직접 사들여 옛 모습의 식당으로 개조 중입니다. 세금이 아닌, 민간의 유능한 사업가가 사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속도가 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식업에 특화된 백 대표의 주특기로 인해 자칫 '너무 먹거리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실제 인파로 북적이는 예산시장에서도 업종별 온도 차가 뚜렷했는데요. 먹거리가 아닌, 일반 상품을 파는 가게들은 '백종원 매직'이 다른 세상 얘기라는 반응입니다. 생활잡화를 파는 OO상회 사장은 "사람 구경은 실컷 하지. 그런데 먹거리가 아니니 우리 가게는 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한 속옷 매장 사장은 "젊은이들이 많이 와서 활기가 도는 것은 반갑다. 그러나 가게 매출은 달라진 게 없다. 하루에 하나도 못 팔 때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예산시장에만 있는 특색 있는 관광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먹거리 장옥은 예산의 역사와 전통이 녹아있다기보다는, 1970~1980년대 감성을 재현한 '흔한 뉴트로'의 집합체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거리 풍경만 옛날로 돌리지 않고, 상인도 그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접객 서비스를 강화하려 했던 '쇼와 시대 상인 재생' 노력도 예산시장에선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아직 갈 길이 먼 현재진행형 사업입니다. 더본코리아 측은 호텔 건립을 검토 중이고, 예산군은 지난 1월 말 "향후 1,000만 관광 시대와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담은 예산군 관광종합개발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백종원 시장'을 보러 온 관광객들이 단순히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체류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예산시장 흥행이 지속되려면 백종원 대표 특유의 먹거리 외에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접목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백종원 대표는 선친 때부터 예산에서 살아온 토박이로서 해당 지역 특성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스토리텔링에 사업가로서 백 대표의 역량과 열정이 더해져 초기 흥행에 성공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단, 관광지로서 지속 성장하려면 교통 접근성, 주변 인프라, 볼거리, 즐길거리, 놀거리 등 문화 콘텐츠가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 예산시장이 지속적인 재방문을 이끌어내려면 이런 부분을 더 채울 필요가 있다." -이덕훈 한국전통시장학회장(전 한남대 총장)
미쓰하시 시게아키 전 일본 마치즈쿠리협회 이사장의 저서 <전통시장 이렇게 살린다>를 통해 분석한 쇼와노마치 성공비결도 참고할 만합니다.
"상점가는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각 상점가마다 번영 조건, 침체 요인, 활성화 방법이 모두 다르다. 쇼와노마치는 신설 테마파크가 아닌, 기존 상점가 거리에 쇼와 시대 마을의 분위기를 재현함으로써 지역 자원을 살려 관광 산업력을 만든 사례다."
| 글 : 창업직썰 노승욱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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