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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지 기자가 알려주는 외식업 트렌드
일본 외식 시장으로 본
엔데믹 위기 진단과 해결법
| ✅ 음식점 매각 희망 건수로 본 일본 외식업계의 위기를 알려드려요 ✅ 일본 외식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알려드려요 ✅ 일본 외식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해결책 3가지를 알려드려요 |
최근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이하 닛케이)가 보도한 커버스토리 기사의 도발적인 제목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수습되고 ‘엔데믹’으로 접어드는 요즘인데, 오히려 ‘진정한 위기는 이제부터’라니. 어떤 위기가 온다는 것이고, 근거는 무엇일까요. 닛케이 기사 내용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제 생각도 곁들여 보겠습니다.

음식점의 매각희망건수는 올해 들어 급증했다.
M&A 중개 사이트 ‘바톤즈’에 등록된 음식점 매각희망 건수(자료:닛케이비즈니스)
먼저 닛케이가 일본 외식업이 위기라며 내세운 지표는 M&A 중개 사이트 ‘바톤즈(バトンズ)’에 등록된 음식점 매각 희망 건수입니다. 이 수치가 지난 수 년간은 월 평균 20~40건 정도에 그쳤는데, 올 들어선 월 100건을 웃도는 수준으로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올 상반기 일본의 요식업체 도산 건수(237건, 도쿄상공리서치 자료)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감소하고, 지난 20년 중에도 최소였던 점과 비춰 보면 사뭇 다른 결과입니다. 그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일본 정부가 외식업체에 지급해온 각종 보조금이 올 상반기부터 끊기면서, 보조금에 의존해온 식당들의 위기가 드디어 수면 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닛케이의 분석입니다. 실제 도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 A씨의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창업해 도쿄도 정부로부터 1300만엔(약 1억3000만원) 넘는 누적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코로나 팬데믹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말 일본 정부가 영업시간 단축 요청을 해제하고 식당에 대한 지원금도 삭감하자, 4월에 곧바로 가게를 매물로 내놨습니다.

지난 6월 방문한 '일본의 홍대' 하라주쿠 메인 거리. 평일 점심시간이었지만 이전보다 눈에 띄게 유동인구가 줄어든 모습
이어 닛케이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합니다. 낮은 진입장벽과 생산성, 인건비 상승, 그리고 온라인 소비 활성화에 따른 경쟁 과열 등으로 21세기 초부터 외식업의 위기가 잉태됐다는 것입니다. 실제 일본 외식 시장 규모는 1997년 29조엔(약 300조원)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에는 22조엔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외식 시장은 2012년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방일 외국인과 액티브 시니어가 증가하며 외식 소비가 왕성해진 덕분입니다. 그 결과 일본 외식 시장은 2019년 26조엔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일 외국인이 사라졌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이란 분석입니다. 또한,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던 단카이(베이비붐) 세대도 2025년이 되면 모두 75세를 넘겨 더 이상 외식 소비의 주체가 되지 못할 전망입니다. 즉, 지난 10년간 일본 외식 시장을 지탱해온 두 주체가 사라지는 ‘2025년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입니다.
패밀리레스토랑 ‘로얄 호스트’를 운영하는 로얄 홀딩스의 유키오 키쿠치 회장은 “외식 산업에 우연히 불어 닥친 순풍 때문에, 2010년대에도 개혁이 연기됐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0년간 일본 외식업이 부흥했던 것은, 낮은 진입장벽과 생산성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결과가 아니라, 신규 소비층 등장에 따른 외부 요인 덕분이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그 동안은 운이 좋았고, 이제 그 운이 다했다’는 얘기죠.
일본 외식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닛케이가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도 똑같이 외식 시장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참고할 부분이 있을 듯하여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외식업의 ‘공업화(工業化)’입니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계가 대표적인데요.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 배달‧포장에 용이한 간편식 형태, 드라이브스루를 통한 내점 유도 등의 전략 덕분에 패스트푸드는 팬데믹 기간 오히려 매출이 상승했습니다. 닛케이는 규동, 회전초밥 등의 메뉴도 패스트푸드와 같은 공업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둘째, 다점포 확장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호점이 잘 되면 프랜차이즈식으로 2호점, 3호점을 늘리지 말고, 그 곳에 가야만 누릴 수 있는 독창성, 희소성을 제공해야 Z세대 고객이 열광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오락’ 기능이라고 합니다.
외식업은 이미 식재료, 조리법은 물론, 요리사에 대한 정보도 온라인을 통해 만천 하에 공개된 만큼, 음식 관련 경쟁력만으로는 ‘집객’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합니다. 팬데믹 기간 확산된 배달과 간편식(HMR)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이미 집에서도 얼마든지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음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가게를 찾으려면, 음식 외의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는데요.
일례로 도쿄 에비스에 있는 ‘자나이 커피’의 경우, 좁은 가게 안에 숨겨진 문이 있고, 특정 수수께끼를 풀어 점원에게 말해야만 비밀 술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재미가 입소문을 타며 2020년 8월 문을 연 지 단 2주 만에 1,500건 이상의 예약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주고객은 물론 20~30대였고요.
셋째, 매장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합니다. 효고현 아와지 섬에 있는 ‘바니 바비(Barni Barbi)’ 식당은 사람들이 “누가 여기에 가게를 짓겠나” 할 만큼 ‘나쁜 위치’에 가게를 냈습니다. 탁 트인 바다 전망은 아름답지만, 그것 말고는 넓은 들판에 오래된 집만 산재한 곳이었죠. 그런데 2019년 4월 문을 열자마자 간사이, 시코쿠 지역에서 당일치기 여행자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이듬해 여름, 호텔이 문을 열었고, 산책로가 개선되고, 오두막, 라면 가게, 카페, 회전 초밥집, 주점 등도 차례로 들어섰습니다. 급기야 고베시 중심부의 산노미야역 근처에서 출발하는 직행 버스 노선도 생겼습니다. 그 결과 2022년 6월까지 이 식당의 방문객 수는 25만 명이 넘어섰습니다.
1991년 바니 바비를 설립한 히로히사 사토(Hirohisa Sato) 회장은 “2017년 여름, 아와지 섬의 한 밭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아름다운 해안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여기 오고 싶은가?’. 의자에 앉아있는 5시간. 저녁에 바다가 빨갛게 빛나기 시작했을 때, 가게를 열기로 결정했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90개가 넘는데, 이 중 매출의 30%가 ‘나쁜 위치’에 있는 매장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성공 조건이 있습니다. 사토 회장은 “가게 주변에 잉여 토지가 많고, 식량이 풍부하며, 지방 정부가 협조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농촌 지역에서 프로젝트가 차례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많은 심의 끝에 상점 오픈을 연기 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일본 외식 시장에 대한 닛케이의 진단과 해법을 살펴봤습니다. 이를 한국 외식 시장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우선 우리나라는 팬데믹 기간에도 일본처럼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보조금에 의존해서 생존했던 가게가 엔데믹에 줄도산하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덜하리라 생각합니다.
팬데믹 이전 외국인 관광객도 일본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고, 국내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보다 10년 가량 젊다는 점에서 신규 소비층이 급감하는 문제도 여파가 작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낮은 진입장벽과 생산성 등 일본 외식 시장이 겪는 구조적 문제 자체는 우리나라도 겪는 당면 과제입니다. 한국도 지난 10년간 경기가 저금리, 저물가 수혜를 누리면서 ‘우연한 순풍’을 실력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나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계에선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되면 외식 총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가성비와 오락성을 갖춘 맛집이나 감성적 가게로의 ‘엄선 소비’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을 견디기 위한, 우리 가게의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 글 : 매경이코노미 노승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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