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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창업전문기자로 12년 간 활동한 창톡의 노승욱 대표가 장사의 고수를 만나 장사의 해답을 찾아갑니다. |
서울 강남에서 간장게장을 파는 24평짜리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창업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되고, 6년 만에 연매출 58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의
80% 이상은 온라인 RMR*판매로 거두고요, 매장을 찾는 손님의 80%는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거의 100% 한국인만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반 식당들과는
사뭇 다르죠?
*식당 메뉴를 HMR로 만든 대체간편식
이번 장사해답의 주인공은 미쉐린 가이드 6년 연속 선정에 빛나는 ‘게방식당’의 방건혁 대표입니다. 패션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방 대표는 부모님이 25년간 운영하던 간장게장 가게가 문을 닫자, 어머니의 장맛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가업을 계승,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단, 레시피만 이어 받고 브랜딩과 마케팅은 전혀 새롭게 했습니다.
전통적인 한식 메뉴인 간장게장보다, 음식을 즐기는 공간과 방식을 혁신의 대상으로 삼았죠. 그 결과 SNS에서 ‘힙한 가게’로 입소문이 나며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즐겨 찾는 맛집이 됐습니다. 게방식당은 어떻게 작은 가게에서 ‘글로벌’, ‘온라인’ 경영을 할 수 있었을까요? 기존 외식업의 문법을 송두리째 바꿔 성공한 방건혁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장사해답 인터뷰이 : 방건혁 대표
☑️미쉐린가이드 6년 연속 선정 ‘게방식당’ 대표 ☑️식품 제조사 ㈜지비에프앤에프 대표 ☑️삼성그룹 마케팅팀 근무 |
2017년에 게방식당을 열고 SNS에서 트렌디한 가게로 많이 회자가 됐는데요. 당시 문 닫기 한 시간 전에 프랑스인 8명이 와서는 정말 맛있게 게장을 먹고 갔어요. 알고 보니 미쉐린 가이드 본사 직원들이었더군요. 이 분들이 미쉐린 가이드 심사위원한테 추천을 해서 운 좋게 선정이 됐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공부를 했는데요. 그 때도 보면 프랑스, 이탈리아 사람들이 해산물에서도 날 음식을 즐기고 게장류도 좋아하더라고요. 외국인 손님이 오면 게장 먹는 법을 알려주고,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항상 물어봐요. 일본,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정말 다양하더군요. 며칠 전에는 바레인, 사우디에서도 왔고요. 외국인 손님은 게장을 어떻게 먹는지, 어떤 반찬을 안 먹는지 유심히 살펴보는데 대부분 잘 먹더라고요.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온 어떤 손님은 게장 3인분을 먹고 가기도 했습니다.
일단 게장을 짜거나 비리지 않게, 담백하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은 한국의 젊은 층들도 비린 음식은 잘 못 먹거든요. 그리고 이제 한식의 세계화로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입맛을 잘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눈에 띄게 바뀌고 있는 부분은 해외에서도 ‘전문점’ 형태의 한식당이 생겨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해외 한식당에서 삼겹살, 소고기, 김치찌개 등을 다 같이 팔았어요. 한식이란 카테고리의 수요가 많지 않으니 전문점 형태로 분화하기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요즘은 한류와 K푸드 열풍으로 한식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고 이해도도 높아졌어요. 이런 흐름에서 게방식당도 간장게장 전문점으로서 외국인 손님들에게 어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저희는 키오스크를 쓰지 않아요. 대신 영어와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보여드리며 손님과 대 화를 하죠. 스페셜 메뉴도 추천해 드리고, 알러지는 없는지 물어보고요. 영어에 익숙지 않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어려워 했는데,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지고 스스로 공부도 하면서 능숙해지 더군요.
상상도 못 했죠. K팝과 한류 열풍, 그리고 미쉐린 가이드 선정이 어우러져 운이 잘 맞아 떨 어진 것 같아요. K팝으로 한국을 알게 된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해보고 싶어졌고, K푸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K푸드의 상징인 불고기, 비빔밥 등은 외국인들 한테도 다소 식상해졌어요. 그보다는 덜 알려진 한국의 고유 음식을 접하고 싶은 외국인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게방식당의 게장은 외국인 입맛에도 거부감이 없도록 짜지 않고 비리지 않게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메뉴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방건혁 대표
그럼요. 저는 한류 열풍이 뜨거운 요즘이 바로 해외 시장 진출의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먹자 상권에서 후발주자라면 차라리 새로운 수요층인 외국인 관광객을 타겟 으로 노려보세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3일 정도 체류한다면 그 중 하루 세 끼씩 9번은 식사를 할 거잖아요. ‘그 중 한 끼만 우리 식당에 와서 먹도록 하겠다’ 생각하고 이를 위한 제품, 메뉴를 개발해보세요. 단, 이때 너무 트렌디한 메뉴나 마케팅은 오래 가기 어려우니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게방식당처럼 트렌디하지 않은 메뉴인데 먹는 방식과 공간을 다소 특별하게 변형을 줘서 브랜딩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힘들었죠. 대신 저희는 외국인 손님이 감소한 공백을 RMR로 채울 수 있었어요. 팬데믹을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식당과 음식의 확장성을 생각해서 RMR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매출의 80% 이상이 RMR에서 나옵니다. 꽂게 유통업자 분들한테 들어보니 게방식당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꽃게를 사용하는 매장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쿠팡프레쉬, 마켓컬리, 백화점몰, 홈쇼핑에서도 팔고 해외 수출도 하니까요. 다만, 게장은 생물이고 유통기한이 7~10일로 짧아서 한 번에 너무 많이 만들면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어요. 그래서 유통사에서 선주문을 받아 발주가 오면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게방식당의 RMR은 간편식이라기보다는 ‘포장 판매’에 가까워요.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게 방식당 간장게장과 새우장 RMR 제품의 내용물은 홀에서 먹는 음식과 완전 동일합니다. 식당 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이 다른 환경에서도 동일한 맛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 거든요. 마진은 적어도 우리 음식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홈쇼핑에서도 기획방송 위주로 판 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제안드리는 것은 우선 작은 규모에서부터 해보는 거예요. 일단 지금 팔고 있는 음식을 포장부터 해보세요. 그 다음에는 패키지 디자인을 더 개선해보고, 배달도 해보고, 스마트 스토어에도 입점해보고, 유통기한도 얼마나 갈 수 있는지 공부하고, 식품 제조 시설이나 방법도 더 알아보고요. 요즘은 제조만을 위해 공유주방의 한 켠에 입점하는 방법도 있거든요.
물론 요즘은 엔데믹에 접어들며 RMR 수요가 다소 줄긴 했습니다. 그러나 장마철이 되거나 신종 바이러스가 또 유행한다면 다시 RMR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RMR 사업은 계속 놓지 않고 매장 판매와 연계해서 가져가려 합니다. 매장은 쇼룸 같은 공간으로 꾸며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고, 나중에 또 게방식당이 생각나면 RMR로 주문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쇼룸에 온 듯한 게방식당 인테리어
간장게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잖아요. 유행을 타지 않는 전통 음식이고 트렌디한 메뉴는 아니예요. 그래서 ‘게장’이란 메뉴 자체는 더 이상 ‘핫’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대신 게장을 먹는 공간을 트렌디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자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가 게장 먹으러 가면 적어도 3만~5만 원은 내는데, 이렇게 비싸고 귀한 게장을 먹는 공간은 흔히 ‘아재 식당’ 같은 느낌으로 변변찮잖아요. 반찬이나 서비스도 별로고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려 했죠.
여기에는 제가 그 동안 패션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쌓은 노하우가 많은 역할을 했습 니다. 아무래도 다른 외식업 사장님들보다는 디자인 역량이나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이 있었던 게 주효했죠.
저는 식당에선 음식이 가장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장 인테리어를 할 때 흰색, 회색, 은색(스탠레스) 딱 세 가지 색만 썼죠. 처음부터 ‘이 세 가지 색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테리어를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나중에 브랜드가 확장이 돼도 통일감이 있어 보일테니까요.
매장 밖의 익스테리어도 중요합니다. 게방식당은 익스테리어에 메뉴 사진이나 간판도 달지 않는 등 가게에 대한 정보를 최소화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떤 가게인지 알 수 없도록, 궁금 해서 들어오게끔 했습니다. 장사하는 분들이 이 부분을 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어디 가서 ‘장사한다’ 안 하고 ‘사업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이 가게에서 내가 만든 음식을 팔기만 할 게 아니라, 가게 밖의 더 많은 공간에서도 보여지고 소비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사업을 확장하려면 우리 가게가 하나의 ‘브랜드’가 돼야 해요

정갈한 한상 차림이 나오는 게방식당(출처 : 게방식당 공식 홈페이지)
일단 3년 정도 중장기 계획을 갖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내가 가게를 열어서 장사해야지’ 라는 마인드로 시작하면 절대로 멀리 보는 그림을 그리지 못해요. 그럼 그저 오늘 손님이 얼마나 왔고, 매출은 얼마인지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저는 매일 저녁에 마감하면서 그날그날의 비용 지출은 챙기지만, 하루 매출이 얼마인지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대신 연간 매출 목표치를 정해놓고 그에 맞게 잘 가고 있는지 큰 틀에 서 관리를 할 뿐이죠. 장사가 아닌, 사업을 하려면 가게 경영도, 브랜딩도 장기적으로 보고 투 자와 관리를 해야 합니다.
가령 요즘은 단기간에 바이럴 마케팅을 극대화하려고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더군요. 새로 운 플레이팅을 선보이거나, 음식의 양을 엄청나게 많이 주더라고요. 손님이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샷 올리면 음료수 공짜로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무리한 마케팅은 비용 부담이 커서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증샷 마케팅도 음료수만 받고 바로 지워버리는 고객 들이 많아서 저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손님이 스스로 음식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들어야죠. 저는 음식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다소 비용을 들여 조명 브랜드인 톰 딕슨 크롬 소재 펜던트 조명을 달았죠. 테이블 세팅도 마찬가지예요. 상차림에서 정갈한 1인 상에 음식을 내는데, 메뉴 간에는 각이 잡혀 있고 반찬의 색감도 서로 어울리도록 배치 했습니다. 사진만 봐도 맛있어 보여서 오고싶도록 해야 해요. 어떻게 보면 음식 외적인 부분이고 귀찮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디테일이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올해 안에 첫 해외 매장인 게방식당 방콕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방콕점에서는 한국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독점 메뉴가 몇 가지 추가될 예정입니다. 해산물 요리도 3가지 정도 선보이려 합니다. 태국에도 게장 요리가 있긴 한데, 주로 게에 소스를 부어 먹는 형태이지, 우리나라처럼 간장을 달여서 만든 메뉴는 없더라고요. 더운 나라에서 날음식을 기피하는 문화가 있어 우려했는데, 그래서 고급 음식점들은 정말 신선한 해산물만 이용해서 요리하더군요. 저희도 태국의 신선한 게로 한국식 게장을 선보이려 합니다.
간장게장 가게를 25년 운영하신 어머니의 장맛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마케팅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대신 RMR로 스케일업
일본 외식 시장은 1997년 29조엔(약 300조 원)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하다가 2010년대부터 다시 반등했습니다.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액티브 시니어로서 왕성한 소비를 하고,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3000만 명에 이를 만큼 급증하며 외식 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른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금리 인상과 저출생 고령화로 경기 위축이 가시화 되는 상황에서, 외식업이 향후 10년 간 지속 성장하려면 베이비붐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새로운 수요층으로 하는 전략이 필수입니다. 게방식당처럼 미쉐린 가이드 선정까지는 어려워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나 우리 가게만의 시그니처 메뉴 하나쯤 개발해보면 어떨까요?
✏️ 글 : 창톡 노승욱 대표
<매경이코노미> 창업전문기자로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문제를 심층 취재, 한국기자협회 ‘이 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기사만으로는 바뀌는 않는 현실에 창업을 결심, 장사 컨설팅 플랫폼 '창톡'을 운영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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