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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식 상권분석은 이제 그만 ⛔

상권분석전문가가 알려주는 외식업 정보

변화하는 상권 인사이트③

상권분석의 본질은 '고객 이해'


사장님광장 에디터의 핵심 요약💡
✅ 유형별로 알아보는 상권분석가의 태도
✅ 매출통계보다 중요한 상권의 본질은 무엇?
✅ 상권분석과 '장사의 본질'이 관련 깊은 이유


상권분석의 태도 –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요? 

코로나가 오기 전 ‘배달의민족’이 주관하는 대부분의 대면 교육장은 금방 만석이 찼다. 마지 못해 공부하는 대학생이 강의실을 채우면 담당 교수는 금방 지친다. 강의실에서 앉아 있지만 영혼은 가출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런 학생들의 눈동자는 허공이나 스마트폰 안에 떠다닌다. 자꾸 시계를 본다. 그런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학습동기는 오래 전에 번아웃 되었다.


하지만 배민 사장님들이 참석하는 교육장은 강의자를 긴장시킨다. 눈빛은 절실하고 진지하게 살아 있다. 현실에 맞지 않은 이야기는 바로 외면당한다. 이 분들은 새벽까지 장사하고 다음날 오전 강의를 듣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온 경우도 많다. 내용이 분명하고 당장 도움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10년 20년 후까지 장사하는 내내 일관되게 필요한 핵심 지식을 원한다. 가장 어렵고 수준이 높은 까다로운 수강자들이다.


누군들 처음 장사를 시작하면서 ‘상권분석’에 대해 따로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개업을 했겠는가? 반대로 상권분석에 관한 전문서적을 여러 권 집필했다고 장사를 잘 할 것인가? 그것도 의문이다. 그 동안 ‘배달의민족’ 상권분석 강의장에서 수 백명의 참여자를 만났고 다양한 사전질문과 사후 토론을 경험했다. 이런 체험을 압축해보면 식당 사장님들이 상권분석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번째는 ‘수박 겉핥기’ 유형이다.

내용보다는 외형과 표피에 주목한다. 매장이 들어갈 도시, 권역, 거리, 건물, 관심 입지의 겉모습을 중시한다. 이런 분들이 좋아하는 단어는 ‘A급지’와 ‘B급지’다. ‘골목상권’이나 ‘역세권’이란 단어도 자주 쓴다. 놀라운 것은 어느 상권을 가더라도 A급과 B급을 구분해낸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상권분석 전문서적에도 반경 500미터를 적용해서 배후인구, 교통시설, 경쟁점, 집객시설의 숫자와 규모를 구체적인 기준으로 A급과 B급을 구분한다. 전국 어디에나 어느 업종에나 적용할 수 있는 절대기준은 없다.


두번째는 ‘전략적 분석자’다.

가장 적은 돈을 투자해서 가장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한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릴 때 25평 규모의 매장을 여는 데 가장 낮은 임대료와 권리금을 치르고 가장 풍부한 유동객이 지나가며 여러 입지요인이 뛰어난 위치를 분별하려 한다. 목표 수익률을 가장 높게 달성할 수 있는 장소를 고르려 한다. 식당 창업자 가운데 70~80퍼센트의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면서 가장 힘들어진 유형이기도 하다. ‘수박 겉핥기’식의 표피적 분석자는 코로나가 오기 전에 이미 문을 닫았을 확률이 높다. 주관적으로 A급과 B급을 나누는데 대부분 부동산의 관점을 적용한다. ‘전략적 분석가’도 위기를 경험한다. 코로나 이전에 전략적으로 중요했던 입지요인이나 상권 체크리스트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한다. 성공확률이 너무 낮고 계속되는 변화에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권분석


왜 전략적 상권분석가는 고전하는가?

배민사장님을 대상으로 강의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챙겨보는 통계가 있다. 창업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통계인지도 모른다. 개인사업자가 창업 후 연차별로 얼마나 살아남고 문을 닫았는지 생멸(生滅) 통계를 찾아본다. 생멸통계가 처음 발표된 이후 생존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도표1>에 담긴 통계는 코로나가 오기 전의 데이터를 종합했다. 그러니 코로나 이후에 연차별 생존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요식 산업은 창업 1년차에 64퍼센트 생존율을 기록하다 7년차가 되면 13.5퍼센트로 떨어진다.


정말 알아볼만큼 정보를 수집하고 상권을 돌아다니며 발품도 최대한 많이 팔고 설명회나 강의도 듣고 음식 창업에 나서지만 대다수의 매장이 7년 후에는 100개 중에서 13개만 살아남는다. 요즘 같은 격변기에 10~20년을 내다본다는 건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역발상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근본을 챙겨야 한다. 코로나 이후 전체 소비인구가 정체되고 음식업의 성격이 크게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 창업자 70~80퍼센트가 준비하는 수준으로 상권을 분석하면 7년 후 생존율 13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창업연차별 생존율

<도표1> 주요 산업별 개인사업자 창업 연차별 생존율(통계청, 2021.12.17)


상권은 무엇인가? 상권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가지를 꼽으라면 무엇인가? 빠르게 답해보자. 상권은 내 고객이 찾아오는 지리적 범위다. ‘골목상권’이나 ‘역세권’이나 A·B급지로 구분하는 건 핵심이 아니다. <지도7>를 보자. 서울 강남의 백화점에서 직접 고객 데이터를 받아서 컴퓨터지도에 입력했다. 고객마다 씀씀이가 다르기 때문에 매출액을 반영했다. 그러니 <지도7>은 A백화점의 고객 위치와 매출액을 계산한 전자지도이다. 한마디로 ‘돈이 벌린 권역’을 보여준다. 이게 상권이다.


그런데 <지도7>의 왼쪽 지도는 A백화점 지하1층에서 판매하는 식료품 코너의 매출지도이다. 지도의 색깔이 붉은색일수록 매출밀도가 높다. 빨간 지역의 주거 고객과 직장 고객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작은 네모 상자를 확인해보면 D~C권역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백화점에서는 명품 핸드백도 판매한다. 지상1층의 매출분포는 매우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여전히 D권역은 중요하지만 C권역의 비중은 낮아지고 F권역이 급부상한다. 


백화점 매출분포도

<지도7> 강남 A백화점 식료품과 명품 고객의 매출분포도


<지도7>를 곰탕집에 적용해보자. 주메뉴 곰탕 가격이 1만원이고 모듬수육이 3만원이라고 가정해보면, 왼쪽 지도는 곰탕의 매출지도라고 가정해볼 수 있고, 오른쪽 지도는 모듬수육 매출에 비유해볼 수 있다. 음식 장사에 굳이 백화점 고객매출지도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동안 상식처럼 받아들여온 ‘상권분석’에 대한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함이다. 이런 지도를 만드는 근본 이유는 이미 형성된 고객을 깊이 이해하고 추가로 더 많은 고객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지도7>은 6개월 동안 각각 매장에서 돈을 지불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다음 달은 어떨까? 비슷하지만 똑같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다시 말해 곰탕집을 선택해서 테이블, 포장, 배달 고객의 메뉴별 상권은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이다. 상권이란 생명체나 날씨처럼 매순간 변화한다. 단골고객과 신규고객의 규모·구성·선호·선택빈도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탕집 사장님은 결제가 일어날 때 고객의 얼굴과 계산기에 찍히는 숫자 너머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 고객은 어디에서 오셨을까? 왜 어떤 상황에서 오셨을까? 얼마나 자주 오시는가? 동반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상권이란 내 고객이 생활하는 지리적 범위

상권분석을 대하는 세번째 유형은 ‘심층적 분석자’다.

이분들은 ‘수박 겉핥기’식 표피적 분석가나 최소 비용으로 최대 수익을 즉각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적 분석가’와 전혀 다른 접근을 한다.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당장 ‘돈’을 벌고 싶은 식당 사장의 마음을 잠시 뒤로 하고, 이 지역 생활인이라면 어떤 식당을 원하는지, 잠재고객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제공되지 않은 음식과 서비스는 무엇인지 질문한다. 고객의 관점을 중심에 놓는다. 식당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고객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앞으로 닥쳐올 변화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을 한다.


<지도8>은 제주시 구도심에 있는 B패션 매장의 고객들이 어디에서 찾아오는지를 담았다. 3년치 데이터를 받아서 지도를 찍어보면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이 더 멀리서 찾아오고 단골이 형성된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치 민들레 홀씨가 퍼지듯 먼 곳까지 가게의 인지도가 점점 퍼져 나갔다. 민들레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어떻게 저런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까 싶은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시 고객분포도

<지도8> 제주시 B패션 매장의 고객 분포도


상권에 관한 심층분석은 장사의 본질을 챙기는 작업이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서 전세계 선진국 17개국의 약 2만 명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물었다. 보기도 없고 선택문항도 없이 완전히 주관식이었다. 응답자가 한 마디를 하건 백 마디를 하건 답변을 원문대로 모아 분석했다. 


한국인의 답변이 가장 특이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우선순위는 가족, 일·경력, 건강, 친구, 경제력 순이었다. 한국인은 1순위가 ‘경제력’이었고 ‘건강’과 ‘가족’ 순으로 답변했다. 어쩌면 이런 한국인의 가치관은 요식업에 그대로 반영되었을 지도 모른다. 삼성의료원의 정신과 의사들이 한국인의 특징을 심층분석한 연구서를 발표했다. 한국인은 자신의 개성·특성·취향과 무관하게 직업을 결정하는 비율이 74.5퍼센트로 스웨덴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사의본질


같은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인 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 충분히 탐색하면서 동시에 세상이 요구하는 바를 결합시킨 유형은 12퍼센트에 불과했다. 수업시간에 몰입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다. 만약 식당 창업자의 74.5퍼센트가 스스로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우선 돈을 벌어 ‘경제적 여건’을 개선시키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면 성공확률은 낮아진다. 왜냐하면 고객들이 알아보기 때문이다. 현명한 고객들은 자신도 이롭고 식당 사장도 이로운 승승구도를 원한다. 


퓨리서치의 설문결과를 뒤집어 한국의 식당 고객에게 적용해보자. 고객의 ‘경제적 처지’를 진심으로 고려하고 ‘건강’을 염려하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을 경영한다면 어떨까? 만약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임대료와 권리금과 유동인구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능력을 얻은 것이다. 이런 가게의 상권은 강력하게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 다시, 상권에 대해 되짚어보자. 상권분석의 핵심은 부동산인가? 고객인가? 내 가게는 먼 곳의 고객도 끌어당겨올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가? 가게 밖의 상권분석이 아니라 가게 내부의 고객분석이 필요하다. 그게 상권분석의 본질이다.


글 : 송규봉
지리학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국민대학교 AI.빅데이터 MBA 과정 겸임교수 / 미국 와튼경영대학원 지리정보시스템(GIS) 연구소 연구원 / 하버드대학교 GIS 컨설턴트


송규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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