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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상권 인사이트⑥
뜨는 상권, '인생 맛집' 키워드 분석
| 사장님광장 에디터의 핵심 요약💡 ✅ 코로나 이후, 지하철 이용객 회복세가 두드러진 상권을 알려드려요 ✅ 신용카드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인기 상권의 특징을 알려드려요 ✅ 맛집 포스팅 분석을 통해 고객들의 마음을 얻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알려드려요 |
하버드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268명과 보스톤에 거주하는 노동자·서민의 자녀 456명을 75년 동안 추적한 그랜트연구가 있다. 어떤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가? 하버드 법대 졸업생들의 평균 연봉은 평범한 집안의 자녀들보다 높았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 노년에 도달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은 학력이나 소득과 거의 관계가 없었다. 금연·금주를 실천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학교를 졸업하고도 꾸준히 뭔가를 공부한 사람들의 행복도가 높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랜트연구의 책임자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정신과 의사였는데, 인생 후반기 행복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시련을 극복하는 정신적 능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좋은 일만 있는 사람도 없고 나쁜 일만 계속되는 사람도 없다. 누구도 인생의 시련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니 하버드대학교의 75년 장기 연구의 결과는 코로나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배민 사장님들에게 색다른 교훈을 안겨줄 지도 모른다. 상권도 성장과 하락을 겪고 시련을 경험한다. 그것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 중의 하나가 부동산 가격이다. 2010~2019년 사이 서울 전체 부동산 기준시가로 분석하면 평균 72%가 올랐다. 그런데 어떤 상권은 상승률이 50%에 밑도는 곳도 있고 200% 이상 오른 곳도 있다. 부동산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의 흐름이다. 사람이 모이고 오래 머물고 계속 유입되면 부동산 가격은 반응한다.

<지도13>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코로나 이전 이용객 성장률(2010~2018년)
<지도13>은 코로나가 닥쳐올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을 돌아보게 만든다. 2010년대 서울을 대표하는 지하철 2호선 유동인구의 변화를 보여준다. 50개 전철역 이용객의 증가와 감소를 색깔과 동그라미 크기로 표현했다. 크기는 성장률이고 파란색은 감소이며 초록색은 증가세를 나타낸다. 서울의 9개 주요 전철노선 중에서 전체 이용객의 1/3이 지하철 2호선에 집중된다. 모든 전철노선을 연결하는 도너츠형으로 계속 순환하기 때문이다.
뜨는 상권이 따로 있고 지는 상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서울의 상권변화를 좀 더 긴 눈으로 바라보면 신촌·이대는 80~90년대 서울 핫플레이스의 정점에 있었다. 코엑스가 번성하고 테헤란로가 북적일 때도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지도13>에 등장하는 교대, 역삼, 선릉, 삼성역의 이용객이 두드러지게 줄어들어 파란색 표식이 떴다. 이 상권의 전성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맞다, 영원한 것은 없다.
단지 지하철 이용객만 가지고 상권의 변화를 진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컴퓨터 지도에 녹여 동일한 기간의 소비패턴을 함께 분석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법인카드와 개인카드의 사용비율부터 상권마다 다르다. 상권분석의 기본축은 시간, 공간, 사람, 소비의 사차원을 다루는 일이다. 그중 사람의 소비행태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신용카드 소지자의 성, 연령, 소득, 거주지, 직장, 소득수준, 라이프스타일, 소비처에 관한 중요한 흔적을 추적했다. 구매력만 높고 보면 고액 연봉자가 상주하는 시청·을지로나 교대부터 강남역을 거쳐 잠실까지 이어지는상권이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도13>을 시계 방향으로 살펴보면 현실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한가운데 시청역을 12시 위치에 놓고 시침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을지로3가, 상왕십리, 성수역의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합정역과 홍대입구역의 증가는 폭발적이었다. 무엇이 특정 상권에 사람을 몰리게 하는가? 이는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이라면 꼭 궁금증을 갖고 시사점을 챙겨봐야할 일이다.
코로나 이전 상권을 활성화시킨 카드결제 요인들을 되짚어 보려 한다. ➊ 남성의 결제 비율에 비해 여성의 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 ➋ 특히 20~30대 여성의 매출 비중이 높은 곳 ➌ 식음분야의 경우 한식, 분식, 양식, 퓨전, 주점, 카페의 점유율 중에서 한식의 비중이 낮고 퓨전과 카페의 매출비중이 높은 곳 ➍ 상권 활성화 시간대가 특정 시간대(주중, 점심, 이른 저녁 등)에 편중되지 않고 주중 주말 24시간 활발한 곳 ➎ 프랜차이즈 점포수 대비 독립·전문점 비중이 높은 곳 ➏ 상권 전체의 매출 규모가 정체나 축소가 아니라 성장세를 보이는 곳 ➐ 같은 상권 안에서 1차 2차 3차로 끊김 없이 소비동선이 이어져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가두리’ 양상을 띄는 곳으로 집약되었다. 비슷한 패턴을 설렁탕 프랜차이즈의 매출 분석에서도 확인한 적이 있다.
설렁탕·곰탕의 주소비층이 중년 남성이라는 편견을 안고 출점전략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신용카드사에서 설렁탕·곰탐 프랜차이즈와 로컬 전문점을 따로 뽑아서 매출특성을 분석한 적이 있다. 이때 가장 놀란 것은 매출 전국 1위를 달리던 브랜드와 2위를 차지한 브랜드 사이의 격차였다. 총매출과 점포당 매출도 격차가 컸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20~30대 여성의 매출 비중이었다. 1등 브랜드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고객편중을 뛰어넘어 젊은 여성들이 기꺼이 한끼를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매장 분위기를 형성한 게 비결이었다.

<지도14>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코로나 이후 이용객 회복률(2019~2022년)
<지도13>과 <지도14>를 번갈아 살펴보면 코로나 이후 상권 회복율에 커다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19년 3월을 기준으로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2022년 3월 지하철 2호선 전철역마다 이용객 회복율은 48.7%에서 98.5%까지 무려 50%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회복률이 가장 저조한 최하위 10개 전철역은 이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강변, 종합운동장, 신촌, 홍대입구, 을지로입구, 강남, 신도림, 신설역 순이었다. 이렇게 10개의 순서를 딛고 나면 전철 이용객 회복률은 63% 수준에 도달한다. 과거 신용카드 결제패턴으로 뜨는 상권의 특징을 가진 곳도 포함되었다.
<지도14>에서 이용객 회복률이 가장 높은 10개의 전철역도 살펴보자. 성수, 뚝섬, 용답, 도림천, 문래, 신정네거리, 신답, 을지로4가, 한양대, 용두역 순이다. 이중에서 성수, 뚝섬, 용답역은 회복률이 90%를 넘겼다. 현재 코로나 전후로 해당지역에 대한 방대한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도14>를 이해하기 위해 코로나 전후 4년 동안 블로그와 SNS에 올라온 서울맛집 관련 포스팅 2만 9200개를 분석하고 있다.
🔖 연령대별 맛집 검색 방법
매일경제신문이 소비자 12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소비자들이 맛집을 찾는데 사용하는 매체는 검색포털·블로그(73.8%)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SNS(48.7%), 지인 추천(41.7%), 방송(24.0%), 맛집 앱(14.7%), 주변에 사람 많은 곳(8.7%) 순이었다. 20~30대는 타 연령대에 비해 SNS의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방송 의존도는 낮게 나타났다. 40~50대는 SNS보다는 지인추천에 의존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 맛집 실망의 이유
이렇게 각종 경로로 추천받은 맛집을 막상 방문했을 때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실망했다(94.1%)고 답했다. 실망한 이유를 물었을 때, 기대 이하의 맛(83.7%)이 성별·연령을 불문하고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불친절한 서비스(49.5%), 홍보나 광고로 추천된 느낌(36.1%), 긴 대기시간(32.6%), 위생 불량(20.0%)도 지적했다. 특히 20~30대가 타 연령대에 비해 '홍보나 광고로 추천된 느낌'을 더 의심하는 경향이 강했다. 식당 선택에서 디지털 매체를 적극 활용하지만 진성 포스팅을 감별하려는 시도는 점점 더 강화될 것이다.
🔖 맛집의 긍정, 부정 키워드
신용카드 결제 빅데이터는 숫자로 상권의 변화를 알려준다. 마치 배민 사장님들의 경영상황을 매출액이 압축적으로 보여주듯이 말이다. 하지만 금액이 찍힌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고객의 마음과 감성이다. 어떤 식당을 떠올릴 때 우리는 ‘호감’과 ‘비호감’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코로나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맛집’에 대해 남긴 포스팅 19,200개를 모아서 키워드를 분석했다. 코로나 전에 비해 ‘맛집’에 대해 다음과 같은 표현의 증가율이 가장 컸다. ‘최애’, ‘미쳤다’, ‘예쁜’, ‘환영’, ‘강하다’ 이런 단어들이다.
반대로 코로나 이전에 비해 가장 줄어든 감성표현도 있다. ‘맛나’, ‘엄청나’, ‘특별한’, ‘진심’, ‘당황스런’ 이런 단어들이다. 아직 특별한 시사점을 잡아내기 어렵다면 블로그와 SNS에서 ‘인생맛집’을 표현한 1만 개 블로그에서 추출한 핵심 키워드를 살펴보자. ‘미쳤다’, ‘힐링’, ‘감사’, ‘완벽’, ‘행복’ 언급 빈도가 가장 높아진 키워드다. 코로나 전에는 최상급의 감성을 만들어내는 곳이 맛집으로 기억되고 추천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언급 빈도가 떨어진 단어도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자극적인 맛, 분위기, 특성, 서비스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힘도 있지만 동시에 코로나를 겪으며 쉽게 외면당하기도 한다.
🔖 인생 맛집 키워드
반면, 그냥 ‘맛집’이 아니고 ‘인생맛집’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이전 맛집 키워드에서 좀처럼 등장한 적이 없는 ‘힐링’, ‘감사’, ‘완벽’, ‘행복’ 이런 표현들을 급격히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의 ‘맛집’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널리 알려질 수 있던 감성은 1차원적인 감각이 중요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며 지치고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식당이 그냥 ‘맛집’이 아니라 ‘인생맛집’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사업의 성공은 결국 매출액을 늘리는 것으로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사업의 목표를 지금의 숫자를 훨씬 더 큰 숫자로 키우는 것으로 삼게 된다. 더 큰 숫자를 만들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는 명백한 사실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코로나 이후 변화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행복이 손에 쥔 경제력으로 사실상 모든 것이 좌우된다고 믿었던 그랜트연구진도 있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75년 동안 축적된 행복연구는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는 1차 결론을 제시한다. 사장님들도 진상 고객이 아닌 정말 괜찮은 고객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할 것이다.
인생을 통째로 추적해서 연구하다 보면 같은 사람이 여러 차례 어려움을 여러 차례 겪는 걸 목격하게 된다. 재산감소, 이혼, 사별, 건강위기, 해고, 인신공격, 가족 병고, 친구의 죽음, 사건·사고가 밀려온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언제나 기분 좋은 상태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불행해 보이는 조건에서도 행복을 발견하고 지속하는 능력에 가깝다. 일부 사장님들이 계산대의 숫자에만 매달리고 있을 때, 가게 안으로 오고 가는 손님들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러 사장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럴 때 어떤 식당이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줄 수 있었을까?
엄청나게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나 예쁘고 미치도록 끝내주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위로가 되고 편안함을 주는 가게와 사장님의 존재만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서로에게 얼마나 축복스런 일일까? 어쩌면 고객이 마음의 안정을 느낄 때 계산대의 숫자들도 함께 반등하지 않을까.
고객이 삶에서 겪어 나갈 애환을 찾아보고 들어주고 헤아려보는 것도 좋다. 요즘 직장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검색해보아야 한다. 육아에 지친 젊은 부모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거울 속에 내 얼굴이 얼마나 무표정한 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먼저 웃어주며 격려해야 한다. 자신에게 먼저 유머와 인내와 공감을 베풀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에게 긍정의 기운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기고문은 SNS에서 확보한 약 800만 키워드를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이종국 교수님의 코딩작업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글 : 송규봉 지리학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국민대학교 AI.빅데이터 MBA 과정 겸임교수 / 미국 와튼경영대학원 지리정보시스템(GIS) 연구소 연구원 / 하버드대학교 GIS 컨설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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