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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지 기자가 알려주는 외식업 트렌드
용리단길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
| ✅ 한국에서 성공하는 먹거리 상권의 특징을 알려드려요 ✅ 용리단길이 뜨는 이유 세 가지를 알려드려요 ✅ 용리단길에서 뜨는 대표 식당을 알려드려요 |
2010년대 초반 경리단길 성공 이후, 한국에는 수없이 많은 'O리단길'이 태어났습니다. 조금만 '힙'하다고 입소문이 나면 여지 없이 동네 이름 뒤에 '리단길'이 따라 붙었죠. 송파에 '송리단길', 망원에 '망리단길', 공릉동 경춘선 숲길 일대 '공리단길', 창동 쌍문역 '쌍리단길' 등등. 지방도 마찬가지죠. 경주 '황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부산 '해리단길'까지. O리단길이라는 명칭은 이제 뜨는 상권의 대명사가 돼버렸습니다. 올 한해 가장 '힙한 상권'을 뽑는 상을 만든다면 '경리단길 어워드'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한해가 마무리 돼가는 요즘. '2022년 경리단길 어워드'를 준다면 저는 주저없이 '용리단길'에 한표를 던질 것 같습니다. 용리단길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동편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부터 지하철 4호건 삼각지역까지 이어지는 이면도로입니다. 골목마다 개성있는 가게들이 한가득 들어차 자기 만의 멋을 '뿜뿜' 뽐내는 상권이예요. 인기있는 가게 앞에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대기손님이 엄청납니다.
대기 한 시간은 기본?⌛
저도 올해 6월 놀라운 경험을 한 번 해봤는데요. 점심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4시쯤이었습니다. 용리단길에 위치한 한 음식점을 찾았는데, 저는 키오스크가 고장이 난 줄 알았습니다. '내 앞으로 대기 손님 140팀'이라는 문구가 떴거든요. '뜨악'하는 마음에 바로 옆에 위치한 음식점 문을 열었습니다. 여기는 웨이팅이 그나마 나은 40팀이더라구요. 밥 먹기를 포기하고 명동 쪽으로 부랴부랴 발길을 옮겼습니다.
비단 제 경험에서 비롯한 얘기가 아닙니다. 용리단길의 부상은 데이터로도 증명이 됩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가 용리단길 상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9년 2분기 용리단길 월평균 매출은 82억원에 불과했는데요, 올해에는 162억원까지 급증했어요. 3년 만에 매출이 2배 가까이 뛴 셈이죠. 특히 용리단길 자영업 구성이 대부분 음식점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드라마틱한 성장입니다.
용리단길, 왜 이렇게 난리일까요? 용리단길을 둘러보면 과거 경리단길과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다른 수많은 O리단길처럼 이름만 비슷한 게 아니라, 정말로 유사점이 많습니다. 예전 경리단길과 현재 용리단길 모습을 살펴보면, 시대를 불문하고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금부터 그걸 하나하나 끄집어내 볼게요.
일단, 두 상권 모두 낡고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다. 상권이 꽤 넓은 탓에 '밀집돼있다'는 답답한 기분이 다른 상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들어요. 오래된 건물 내외부를 그대로 살린 레트로한 디자인과 인테리어도 둘의 공통점입니다. 이런 점은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 상권 성공 요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한국인은 참 옛스러움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골목에 대한 향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식당 효뜨 사진 (출처 : 효뜨 공식 인스타그램)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매장이 많다는 점도 비슷해요. 용리단길 음식점 중에서는 베트남 식당 '효뜨', 멕시코 음식점 '버뮤다 삼각지', 이탈리아 포카치아 전문점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 스페인 타파스 전문점 '타파코파' 등이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매장으로 유명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슈로 해외 여행길이 막혀 있던 상태에서 용리단길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손님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왔나봅니다.
이국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말로는 참 설명하기가 힘든데,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베트남 식당 '효뜨'를 예로 들어볼게요.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에 들어서면 넓은 마당부터 펼쳐져있는데요. 여기저기 동남아에서나 볼법한 열대 식물들과 울긋불긋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한국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금방이라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낼 듯한 철제 입구에는 색이 다 바랜 노란색 현수막이 나부끼는데 베트남 글씨로 뭐라뭐라 써있습니다. 창문에 붙은 스티커나 차양막에도 전부 베트남어 뿐이예요. 2층 야외 테라스에는 편의점 앞에서 많이 본 듯한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이 펼쳐져 있습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야외에서 쌀국수와 함께 베트남 맥주를 먹는 이들도 많더라구요. 효뜨는 최근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 베트남 신 촬영 장소로 활용될 정도로 현지 구현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요.

홍콩식 중식당 '꺼거' (출처 : 꺼거 공식 인스타그램)
한 명의 셰프가 인근에 여러 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경리단길과 같아요. 경리단길에 '장진우 셰프'가 있었다면 용리단길에는 '남준영 셰프'가 있어요. 남준영 셰프는 2019년 베트남 식당 '효뜨'를 시작으로 2020년 베트남 음식점 '남박', 2021년 홍콩식 중식당 '꺼거', 한식당 '사랑이 뭐길래' 등 용리단길에서만 6개 브랜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이 밖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변을 연상케 하는 양식 맛집 '쌤쌤쌤'을 운영하는 김훈 대표는 유럽감성을 물씬 풍기는 베이커리 카페 '테디뵈르하우스'로 용리단길에서만 연타석 홈런을 쳤어요.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 감성으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꾸민 '카페 도토리' 역시 인근에 위치한 꼬치국수 전문점 '대림국수'와 주인이 같답니다. 유명 셰프나 실력있는 점주가 운영하는 특색있는 매장이 한데 모이면서 시너지가 폭발했고 외부로부터 손님 유입도 많이 늘었난 모습이죠.
'쌤쌤쌤'과 '테디뵈르하우스'를 운영하는 김훈 대표는 "상권 배후 조건이 워낙 좋아서 입점을 결심했다. 아모레퍼시픽, 하이브 등 대기업 상권이 받쳐주고 있고 근처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아 주거 상권도 탄탄하다. 인근에 직장인이 많지 않은 이태원이나 경리단길보다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용리단길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어요.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경리단길과 용리단길의 공통점. 첫째, 낡고 한적한 골목길과 레트로한 인테리어. 둘째,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매장 분위기. 셋째, 성공한 자영업자가 인근에 연쇄 창업을 시도하는 상권. 세 가지 공통점은 2010년대와 2020년대를 관통하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먹거리 상권의 공통점이에요. 음식점 사업을 눈여겨보시는 자영업자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글 : 매경이코노미 나건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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