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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가볼래? 우주 컨셉 카페래!”
오늘날, 전시나 영화 관람처럼 식사도 하나의 문화생활이 되었어요. 보고 싶은 작품을 탐색하듯이 틈틈이 식당과 레시피를 찾고, 특별한 미식을 즐긴 뒤에는 다른 사람들과 평가를 공유하죠. T.P.O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식사의 ‘장르’도 매번 달라지고요.
그렇기에 ‘맛’ 외의 요소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미각 이상의 경험을 원하죠. 따라서 음식의 비주얼이 뛰어나거나 컨셉이 확실한 식당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유명해지고, 매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해요. 이렇게 오감을 총동원해 즐기는 가지각색의 식사, 그것이 바로 스토리다이닝입니다.
🧑🍳 “외식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이 플레이팅이에요. 메인 메뉴가 시각적으로 부각되어야 하죠. 예전에는 요리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접시의 색감까지 챙겨야 해요.” - 중식 프랜차이즈 오너셰프 정OO |
💁 “인기 식당들이 SNS에 올리기 좋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 승산이 있거든요. 인테리어든, 음식이든 ‘유니크 셀링 포인트’가 하나씩 있어야 해요.”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죠. 모양이 예쁘거나, 압도적으로 푸짐한 양 등 비주얼에 신경 쓴 음식은 미식 경험을 다채롭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젓가락보다 카메라를 먼저 들게 만들지요. 이렇게 찍힌 사진들은 SNS를 타고 더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 음식이야, 작품이야?
압구정 하우스도산에 위치한 누데이크는 패션과 아트를 합친 디저트를 선보여요. 초록색 용암이 흐르는 듯한 케이크, 사람의 얼굴을 본뜬 케이크, 초소형 크로와상 등 독특한 컨셉을 볼 수 있죠. 이처럼 남다른 비주얼로 SNS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브랜드 이름을 알렸어요.


건축과 디저트가 만난 사례도 있어요. 망원동 카페 슬라브의 ‘도미노시스템’은 재료 하나하나가 구조물의 역할을 해요. 촬영에 응용할 수 있도록 작은 사람 모형도 함께 제공하죠. 때문에 고객에게는 디저트를 먹는 과정이 마치 건물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느껴져요.

퓨전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는 ‘서로 다른 것을 조화롭게 어우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그 의미에 맞게 한과를 마카롱, 비스킷, 젤리 형태로 변형해 아름답게 조합한 퓨전 디저트 오색상자를 선보입니다.

👁️ 눈을 자극하는 비주얼 임팩트
또는, 음식을 푸짐하게 주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 수 있어요. 산더미같이 쌓인 돼지 등뼈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태국 요리 랭쌥은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소개된 이후 유명세를 탔죠. 덕분에 랭쌥을 다루는 국내 식당들이 조명받았을 뿐 아니라,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되었어요.

어린 시절 만화 속 음식이 떠오르는 외형 덕에 사랑을 받기도 해요. 슈바인학센과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큼직한 뼈가 달린 탐스러운 비주얼로 ‘만화고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칠면조 다리 부위를 응용해, 고객이 원하는 ‘만화고기’와 더욱 유사한 모습을 만들어내는 식당도 있어요.


재료를 보여주는 과정에서도 재미를 줄 수 있어요. 오마카세 전문점 이속우화는 ‘우강신청’이라고 부를 만큼 치열한 예약 전쟁을 치르는 곳이에요. 그날 먹을 갈비대를 명품 케이스에 내어주는 퍼포먼스로 유명하죠. 직원이 케이스를 들고 돌아다니는 포토 타임 역시 식사 과정의 일부입니다.

📷 고객 리뷰도 한 편의 작품
이제 ‘먹기 전 인증샷’은 하나의 의례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식사를 즐기는 고객이 창작자가 되기도 해요. 리뷰사진에진심인편 고객님의 리뷰는 놀라운 퀄리티로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화제가 되었어요. 아이돌 팬덤의 사진을 담당하는 홈마스터를 빗대어, ‘배달 홈마’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관객을 영화에 빠져들게 하려면 훌륭한 연기 뿐 아니라 의상, 배경 소품, BGM까지 맥락에 맞는 장치가 필요해요. 이렇게 완벽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마치 내가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요.
이처럼 식당들도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식에 대한 고객들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따라서 음식을 둘러싼 장소와 분위기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식사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디테일들이 추가되었어요. 음식과 사람, 공간이 하나의 컨셉으로 물아일체가 되는 것입니다.
🌿 자연을 오감으로 느껴요
용인에 위치한 카페, 묵리 459는 한 폭의 수묵화처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곳이에요. 큰 유리창을 통해 계절을 감상하고, 자연을 닮은 인센스 스틱 향을 맡을 수 있죠. 이곳의 ‘휴식, 명상’이라는 컨셉에 맞게, 조용히 대화를 나눌 것을 권고하기도 해요. 덕분에 방문객들은 숲 속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서울 도봉구 무수아취에서는 도심 한복판의 캠핑&바베큐를 즐길 수 있어요. 실제로는 숙박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캠핑을 온 듯한 분위기 덕분에 날씨 좋은 계절에는 예약 경쟁이 치열하지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캠핑룩까지 맞춰 입고 자연을 만끽해요.

🎪 공간 자체가 만들어내는 재미
어떤 가게들은 공간의 특징을 살려 독보적인 컨셉을 만들어냅니다. 청주의 카페목간은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들었어요. 재미있게도 샤워부스, 사우나, 탈의실 등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했죠. 덕분에 공중 목욕탕을 즐기던 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주는 공간이 탄생했어요.

아주 특수한 공간일 필요는 없어요. 태국 방콕에 위치한 AKIRART 카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무실을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했습니다. 인위적으로 배치한 것이 아닌, 실제 사용하던 가구와 소품들이 자연스러운 레트로 감성을 만들어줘요.


🎄 365일 펼쳐지는 특별한 테마
서울 당산동의 디데이원에서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어요. 입구에서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오르골과 스노우볼, 트리 등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죠. 이곳의 방문객들은 커피와 음식을 즐기기 전, 소품을 구경하며 즐거워해요. 매년 12월에는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요.

일부 사장님들은 애정하는 작품을 테마로 삼기도 해요. 샤로수길 와인바 아비정전은 동명의 영화를 컨셉으로 한 가게입니다. 여기서 사장님의 ‘덕력’이 돋보이는데요. 매장 곳곳에 영화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소품 또한 직접 제작하거나 현지에서 공수해오셨다고 해요. 덕분에 90년대 홍콩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죠.


바야흐로 ‘취향에 몰입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미디어와 SNS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자란 세대가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죠.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집단은 학연·지연·혈연에 의해 수동적으로 소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요. 그러나 이제는 취향 탐색을 위해 보다 능동적인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독서나 와인 클럽, 직장인 취미 모임이 성행하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는 것처럼요.
여기에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인기가 한몫 했어요. 실제로 SNS에서 취향을 바탕으로 한 모임·커뮤니티의 언급량은 3년 전에 비해 1.7배 더 증가했죠. 얼굴과 이름, 나이를 몰라도 함께 취향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확장하는 거예요.

우리는 하루에 2~3끼 이상을 먹고, 누군가와 만날 때도 밥 약속을 잡아요. 때문에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식사’를 탐구하게 돼죠.
더군다나 여행이나 사치품에 비하면, 먹는 것은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이에요. 식자재 유통과 홈레시피 발달,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미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인스타그램 스토리, 틱톡, 유튜브 쇼츠를 통해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유행하면서 ‘내가 먹는 음식’을 부담 없이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요. 때문에 식사 과정에서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고, 그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일상에 가지각색 취향이 녹아든 스토리다이닝이 하나의 문화가 된 것입니다.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고 SNS 탐색에 익숙한 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다이닝의 세계는 더 넓고 깊어질 전망이에요. 따라서 앞으로는 절대다수의 고객이 아닌, 특정 고객을 ‘취향저격’할 수 있는 우리 가게만의 이야깃거리가 필요해요.
꼭 이국적이거나 고급스러울 필요는 없어요. 고객들은 익숙하고 편안한 이야기, 유머러스한 이야기도 함께 찾으니까요. 엄마의 집밥 같은 음식이 경쟁력이 될 수 있고, 한 발 더 나아가 가정집 분위기로 꾸민 매장이 고객을 사로잡을 수도 있어요. 사장님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를 생각해보세요.

주제를 정했다면, 우리 가게의 메뉴, 공간, 분위기 등을 통해 어떤 경험을 만들지 고민해주세요. 고객이 몰입해서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가게 홍보로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거예요. 매장 컨셉에 맞는 의상을 입고 온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거나, 가장 멋진 리뷰 사진을 선정하는 이벤트처럼요.
►또 다른 소비자 트렌드도 놓치지 마세요 🙌